칼럼

부부강간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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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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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 것]

 

 

 

사무실로 울며 전화가 온 C씨는 지난 십 수년 간 남편의 과도한 음주와 폭행 그리고 폭언을 못 이기고 반년 이상 별거 중이신 상태였다.

 


상담 받기 3일 전, C씨를 찾아낸 남편은 완력으로 누른 후 강제로 성관계를 했으며 결국 참아왔던 분노를 못이겨 남편에 대한 형사적인 조치를 문의하시게 된 것이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297(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C씨와 같은 경우 문제되는 것은,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과거 가사 사건 판례에 따를 때, 정당한 이유 없는 부부 간의 성관계 거부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성교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불완전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부부 상호간의 성적 욕구의 정상적인 충족을 저해하는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면, 부부간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임을 감안할 때 이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2413 판결 참조)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2013.5.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에는 부부간의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변경하여 다음과 같은 판시를 내놓게 되었다.

 

 

형법은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문언 해석상으로도 법률상 처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중략)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고, 성적으로 억압된 삶을 인내하는 과정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략)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고, 성적으로 억압된 삶을 인내하는 과정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그 개정 경과, 강간죄의 보호법익과 부부의 동거의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7조가 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중략)

 


이와 달리,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에는 설령 남편이 강제로 아내를 간음하였다고 하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0. 3. 10. 선고 7029 판결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으로 돌아와 정리하자면, 남편의 C씨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인 C씨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C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이지만(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C씨와 남편이 6개월 째 별거중인 상태였던 점, 별거의 원인 또한 평소 남편이 C씨에 대한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폭행 및 폭언이 원인이었던 점, 특별히 남편과 C씨가 성관계를 하게 된 경위가 상호 합의에 기한 것이 아니었던 점, 성관계의 과정 또한 C씨 의사에 반한 완력 행사를 통한 강제적 성관계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남편의 행위는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의 성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보장을 선언하면서(10),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과 아울러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함을 천명하고 있다(36).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위 헌법 규정이 정한 개인의 존엄과 가치, 양성의 평등, 행복추구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비록 부부 사이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성생활이 국가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하여야 하는 영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성역(聖域)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또한 부부 사이에서는 신뢰와 배려가 더욱 더 존중되어야 할 것이며 최고의 가치로서 지켜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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